| By 얄개, With (0) Comments | ||
위키리크스가 지난 2일 미국 국무부의 외교 전문 25만여 건을 공개한 후 몇몇 국내 언론들과 블로그 그리고 SNS를 통해서 한미관계와 관련된 전문 일부가 전해졌다. 그러나 주요 언론들은 이 내용을 선별적으로 보도하는 데 그치고 있다. 또한 한미 FTA를 비롯해서 현 정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BBK 사건' 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보도 하나 없다. 언론사들의 위키리크스에 대한 침묵이 단순한 무관심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회피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런데 의문이 생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미 대사관이 하나의 사건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알려면 한국이 북한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시기였던 2007년 8~10월 사이에 쓰여진 전문을 보는 것이 흥미롭다. 그해 초 대사관 직원들은 다양한 소스를 통해 회담 전망에 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북한과의 회담은 한국 정계에 판도를 바꿀만한 사건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2007년 8월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이명박은 12월 대선을 위해 유리한 여세를 몰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2007년 내내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은 노무현 대통령과 그가 속한 열린우리당 측에 어떻게 작용할지에 집중되어 있었다. 따라서 8월 8일 회담에 대한 발표가 있자 미 대사관이 워싱턴에 노 대통령이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고 보고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당시 전문은 정치인과 전문가들의 반응을 정리해 회담이 노 대통령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전문은 "대북정책에 있어서 전설로 남고자 하는 노무현의 욕망은 미국 정부 측에 북한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라고 결론지었다. 회담에 관한 이후의 몇몇 전문 역시 한국 정계의 의견을 훤히 꿰뚫고 있다.
또한 한국 관리들이 북한 독재자 김정일로 하여금 핵무기 개발문제를 회담자리에서 논의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지 여부를 추적했다. 8월 17일자 전문은 노 대통령이 8월 15일 광복절기념연설에서 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려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8월 20일에 보낸 전문은 당시 주한미국대사였던 버시바우가 한국외교부장관 및 통일부장관과 가진 회담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외교부와 통일부 직원들은 "밤도 주말도 없이 사무실에 나와 한물간 제안들을 다시 들춰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려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한국측의 제안에 어떻게 반응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고 적었다. 8월말 북한은 돌연 회담을 10월초로 연기했다.
홍수로 인한 어려움을 구실로 대긴 했지만 일각에서는 정상회담이 실제로 열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8월 27일 미 대사관은 10월에 열릴 남북회담이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지 모른다고 이명박 캠프측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짧은 전문을 보냈다. 9월초 버시바우는 한국이 어떻게 북한과의 회담을 준비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보냈다.
노무현은 대통령직에 오른 2003년 이래 계속 회담을 추진했지만 북한이 그와 대화하기 시작한 건 6월 정도에 불과했다. 회담은 한국 정보부가 주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회담 하루 전 대사관측은 회담을 사전 검토하는 장문의 전문을 보냈다. 특히 아젠다가 "분명히 규명되지 않았다" 고 밝혔다. 북한측에서 아무도 김정일을 대변해 말하는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비핵화에 대해 논의하리라는 미국측의 기대에 대해 전문은 그가 문제를 거론은 하겠지만 간접적인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노 대통령이 평화에 대해 논하길 원하는 건 사실이지만 김정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할 준비가 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고 덧붙였다.
10월 7일 회담이 끝난 지 사흘 후 버시바우는 또다른 장문의 전문을 보내 회담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평가했다. 전문은 "냉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이 원하던 바를 대부분 성취했다고 설명했으며, 한국 국민들은 현재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의 이해는 "훼손되지 않았다" 고 결론지었다.
미국은 한반도 특히 남북관계에 개입한 이래로 대통령을 비롯해서 모든 사회지도층, 노동자, 시민단체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그들의 생각을 정리하고, 행동을 관찰해 본국에 보고했다. 또 크고 작은 정치, 사회, 경제적 동향을 파악해 미국의 지도자들에게 보고했다. 바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말이다. 위의 가사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전문의 결말은 자국의 이해와 이익이 훼손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사참조 : 월스트릿저널, 기사의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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